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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서영이는 뭘 갖고 싶니?
아빠는 요즘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단다.
물욕이 사라지는건지, 필요가 없어진건지, 애타심인지는 모르겠어.
그냥 비싼 물건들을 댓가 없이 주고 있어.
팔았으면 서영이 뭐 좋은거 사 줄 수 있을텐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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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서영아, 잘 지내니?
아빤 요즘 계속 몸이 안 좋아.
아빠 위해 기도 좀 해줘. 알았지?
어제는 동재삼촌하고 성용이삼촌 만났어. 서영이는 기억 못하지?
다들 잘 지내고 있고, 서영이 많이 보고 싶대.
하지만 서영이를 가장 보고 싶어 하는건 아빠라는거 알지?
사랑한다 서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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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건강해야 한다.
아빤 많이 아퍼.
예전에 엄마와 아빠가 한밤에 고생했던것처럼... 아니 그것보다 더 아퍼.
지금 아빠가 정말 힘든건 이렇게 아픈데, 아빠 옆에는 아무도 없다는 거야.
아빠 너무 아프다. 그리고 힘들다.
아빠 어떻게 해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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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토요일은 엄마 생일이었는데, 재미있게 잘 치렀어?
아빠가 '엄마 생일선물은?' 하고 물어보니 '없는데'라며 수즙하는 서영이 얼굴이 생각나네.
엄마 생일이라고 새벽에 집을 나와 미리 준비해놓은 것들도 챙기고, 케이크도 사고 그랬는데, 엄마가 늦게 봤나 봐.
조금 섭섭하긴 하지만, 말 못한 아빠 잘못이지 뭐.
아빠가 더 잘 해 주지 못해서 미안해.
평생 미안한 맘으로 살께.
그리고 노력할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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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이와 오즈의 마법사를 봤다.
하지만 당일 하필이면 회사에서 교육이 있어서 늦어졌고, 결국 조금 늦게 도착하였다.
다행히 지연입장이 허락되었고, 서영이와 재미있게 봤다.
우리 서영이..
역시 집중력이 부족한 것 같다.
다른 애들은 무대에서 눈을 때지 못하는 반면, 서영이는 중간중간 뒤척거리고, 남들은 눈치 채지 못하는 천장 조명도 쳐다보는 둥 딴짓을 많이 한다.
하지만 관객 호응만큼은 1등!
다른 애들과 달리 가장 큰 목소리로 대답하고 응원하고 소리지르는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차로 가면 주차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 택시로 이동.
택시에서 서영이 사진을 찍으려 하니, "여기서 찍으면 흔들려!! 내려서 찍어!" 라고 한다.
연극 관람 후, 포토월에서 찍은 사진.
안타깝게 배우들과의 포토타임은 없었다.
도로시의 빨간 구두 앞에서 한컷!
사자모자.
서영이는 한번 써 보더니 내 눈치를 보고는 스윽 내려놓는다.
되게 속상했다.
사줄까 하다가, 여름이라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눈치 좀 보며 사진만 한장찍고 말았다.
급하게 찍느라 구석에 나와서 중간으로 크롭하여 다시 올려보는 사진.
그런데 서영이는 이 사진을 볼 수 있을까?
오즈의 마법사 글씨 앞에서도 한장!
앞에 푸른 잔디밭이 있기에 서영이 사진을 찍어줬다.
아빠랑도 같이 찍자고 해서 함께 찍은 사진
한장 더!
찡긋찡긋 윙크를 하는 서영이.
같이 윙크하며 사진을 찍었다.
역시 딸은 아빠를 닮는 것인가?
오늘은 울지 않으리라 다짐하였다.
하지만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서영이의 엄마 아빠가 그만 싸우면 좋겠다는 말에 울고 말았다.
아니야, 엄마 아빠 안싸워. 이제 안싸워. 라는 말을 하면서도 엉엉 울고 말았다.
결국 서영이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돌아서버렸다.
미안해 서영아.
아빠가 못나서 너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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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무심코 셔츠를 봤는데, 왜 이렇게 구겨져 있는지 모르겠네.
빨아서 잘 걸어놓는다고 신경 썼는데, 팔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거 같아.
속상하다.
서영이 보러갈 때 만큼은 단정하게 하고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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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잘 지내지?
이번 주말은 엄마 생일이야.
서영이는 또 촛불을 끄고 싶어 하겠지?
그 모습을 보지 못하는게 아빠는 너무 슬프단다.
길을 걷다가 쇼윈도 안에 전시되어 있는 앞치마를 봤어.
아빠, 엄마, 아이 이렇게 쓰라고 디자인이 되어 있더라고.
그걸 보는데도 왈칵 눈물이 나더라.
서영이에게 저렇게 이쁜 앞치마 입혀주고
엄마 아빠랑 같이 과자도 만들고 빵도 만들고 하면 좋을텐데 하고 말이야.
서영아 미안하다.
남들은 다 누릴 수 있는 걸, 서영이는 누리지 못하게 아빠가 그런것에 대해 너무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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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아빠 울고 있어.
정말 사무실에서 엉엉 울고 있어.
어떻게 해야 이 울음이 그치는 줄 아는데, 그렇게 할 수 가 없어 더 서러워 울음이 그치지 않는 것 같아.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아빠는 그 답을 모르겠어. 아니, 그 답이 맞는 답인지를 모르겠어.
아무도 보지 않는 이곳에 이렇게 글을 쓰며 용서를 구하는 것 밖에. 아빠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아.
아빠 너무 힘들어 서영아.
아빠 어떻게 해야 하니?
도와줘 서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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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잘 지내고 있지?
아빠는 요즘 많은 후회 중이야.
혼자서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면서,
예전에 엄마가 이런 일들을 할 때 왜 도와주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가장 먼저 들어.
엄마에게 전해줄래? 아빠가 정말 후회하고 있다고.
일찍 들어와 서영이랑 놀아주고, 집안 일 도와주고, 함께 이야기 못해 미안하다고.
정말 뒤늦은 후회이긴 한데, 그래도 꼭 엄마에게 말하고 싶다고 말이야.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게 너무나 힘들고 슬픈 일이라고.
너무 힘들다고...
정말 잘 할 자신 있는데... 뒤늦게 후회하며 울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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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이에게 무엇을 사줄까 매일 고민을 하고 있어.
오늘은 서영이 공부하라고 한글이랑 산수 책을 샀어.
살 때에는 분명 4살, 5살 용을 샀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4살 6살용인거야.
아빠 눈은 거의 회복이 되었는데, (내년 1월에 재검 받아야 해. 일부 시신경이 죽었대.)
사물의 인지를 관장하는 뇌 부분은 아직 회복이 덜 된 거 같아.
신발을 거꾸로 신는다던지, 숫자를 읽기 힘들다던지 하던 일이 아직은 조금씩 있어.
그냥 아빠가 서영이랑 눈높이가 같아졌구나... 라고 생각하면 될꺼야.
이것저것 주고 싶은걸 많이 샀으니, 재미있게 잘 보고 즐겼으면 좋겠다.
많이 보고 싶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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