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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잘 지내니.
너무 보고 싶다.
아빠는 힘든 가운데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어.
언젠가 다시 서영이를 매일 보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말이야.
그 첫번째로, 아빠는 빚을 없애기로 했어.
서영이가 좋아하던 아빠 차를 팔았고, 그걸로 카드빚을 거의 갚았어.
제대로 된 직장을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이리저리 일 한 돈으로 다음달이면 카드빚은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아.
그 다음엔 마이너스 통장을 갚고, 저축도 하려고 해.
사실 아직은 그렇게 되기까지는 너무 힘들어.
하지만 이렇게라도 희망을 가져야, 세상을 살 힘이 날 것 같아.
아빠가 더 이상 절망하지 않도록 도와줘.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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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아빠 지금 펑펑 울고 있다.
우연히 한 만화를 봤어.
보고나니 그저 눈물이 날 뿐이야.
아빠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모르겠다.
이렇게 힘든데...
그래도 살아야는 하는데...
아빠가 본 만화는 이거야.
서영이도 언젠가 보면서 아빠의 마음을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
[죽음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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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서영아.
서영이가 볼 수 도 없는 이 공간에 이렇게 혼자 말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서영이가 너무 보고 싶다.
하지만 볼 수 없어서 너무 힘들다.
어떻게 하면 서영이와 함께 일 수 있을까?
함께 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아빠가 없어지는게 나을 것 같다는 나쁜 생각마저 들어.
서영아. 아빠를 붙잡아 줘.
서영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이 세상, 아빠에게는 의미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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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오늘은 안 좋은 소식을 전해야 할 것 같아.
아빠가 다니던 회사가 일종의 문제로 사업부를 정리하게 되었아.
자세한 이야기를 서영이에게 말하기는 조금 어렵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너무 힘들다.
이젠 다시 일어날 힘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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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서영이는 뭘 갖고 싶니?
아빠는 요즘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단다.
물욕이 사라지는건지, 필요가 없어진건지, 애타심인지는 모르겠어.
그냥 비싼 물건들을 댓가 없이 주고 있어.
팔았으면 서영이 뭐 좋은거 사 줄 수 있을텐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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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서영아, 잘 지내니?
아빤 요즘 계속 몸이 안 좋아.
아빠 위해 기도 좀 해줘. 알았지?
어제는 동재삼촌하고 성용이삼촌 만났어. 서영이는 기억 못하지?
다들 잘 지내고 있고, 서영이 많이 보고 싶대.
하지만 서영이를 가장 보고 싶어 하는건 아빠라는거 알지?
사랑한다 서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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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건강해야 한다.
아빤 많이 아퍼.
예전에 엄마와 아빠가 한밤에 고생했던것처럼... 아니 그것보다 더 아퍼.
지금 아빠가 정말 힘든건 이렇게 아픈데, 아빠 옆에는 아무도 없다는 거야.
아빠 너무 아프다. 그리고 힘들다.
아빠 어떻게 해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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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토요일은 엄마 생일이었는데, 재미있게 잘 치렀어?
아빠가 '엄마 생일선물은?' 하고 물어보니 '없는데'라며 수즙하는 서영이 얼굴이 생각나네.
엄마 생일이라고 새벽에 집을 나와 미리 준비해놓은 것들도 챙기고, 케이크도 사고 그랬는데, 엄마가 늦게 봤나 봐.
조금 섭섭하긴 하지만, 말 못한 아빠 잘못이지 뭐.
아빠가 더 잘 해 주지 못해서 미안해.
평생 미안한 맘으로 살께.
그리고 노력할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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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무심코 셔츠를 봤는데, 왜 이렇게 구겨져 있는지 모르겠네.
빨아서 잘 걸어놓는다고 신경 썼는데, 팔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거 같아.
속상하다.
서영이 보러갈 때 만큼은 단정하게 하고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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