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이 태어나다
퇴근을 하고 오니, 영희가 속이 좀 이상하다고 한다.
진통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단다.
이리저리 인터넷도 찾아보고, 책도 찾아보고 해도 잘 모르겠어서 병원에 전화를 하니 '가진통' 일 거라면서 좀 더 기다렸다가 확신이 들면 오라고 한다.
본가에서 차를 가져올까 했는데, 괜히 해프닝으로 끝날까 걱정을 하는 영희의 만류에 그러지 못하고 전화만 드렸다.
어쩔 줄 몰라하며 몇시간을 보내다 새벽 1시가 넘어서야 부모님께 전화를 했다.
바로 오신 부모님의 차를 타고 산부인과로 갔다.
진통이 온다고 무조건 입원이 아니라 검사를 해야 한단다. 가진통이면 다시 돌아가란다.
다행인지 진통이 5분인가 3분 주기로 온다고 입원을 했다.
카메라부터 챙기면 화 낼까봐 몰래 가방에 넣었는데, 다행히 별 말을 안한다.
아프다면서도 카메라 보고 웃는 영희.
새벽 4시
점점 진통이 심해지는지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 힘들어 한다. 정말 참기 힘든지 날 붙잡고 제발 수술 시켜 달라고 한다. 수술이 안되면 무통주사라도 맞춰달라고 한다. 안되는걸 알면서도 안된다고 외면할 수 없어 간호사를 붙잡고 이야기를 하니 '산모님, 이렇게 건강한데요. 조금만 참으세요.' 라는 말뿐.
내가 할 수 없는 말을 대신 해 줘서 고맙기도 하지만, 고생하는 아내를 보니 맘이 너무 아프다.
새벽 6시.
영희가 이렇게 아파하고 있는 사이, 옆 분만실에서는 벌써 두분이나 애를 낳고 가셨다. 우리 분만을 유도하려다가도 옆이 더 급하다고 나가버리는 모습에 아내는 더 힘이 빠지나보다.
새벽 7시.
아이 머리가 보인다고 한다. 정말 열심히 힘을 주는 영희. 그리고 잠시후, 아기가 나왔다. 정말 쑥 나왔다는 표현이 맞을정도로 순식간에 나온 아이.
순산, 여자, 탯줄 등의 말을 하는데 귀에 잘 들어오지가 않고 그냥 눈물만 났다. 고생한 아내에게 고맙고,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에게 감사하고....
나에게 탯줄을 자르라고 한다. 종현이의 '가위로 자르는데 미끄러져서 깜짝 놀랐어' 라는 말이 생각나 정말 조심히 2번에 걸쳐 잘랐다.
그리고 나서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3.1Kg의 서영이.
보통은 아빠가 안고 신생아실로 옮긴다고 하는데, 내 목발을 보더니 간호사분이 직접 안고 옮기고 난 졸졸 따라갔다.
잠시후, 영희가 출산 후의 후속조치를 취하고 병실로 올라왔다.
힘들어도 밝게 웃는 영희
아기가 보고 싶다길래 신생아실에 이야기 하니 아기를 데려다 줬다.
이렇게 서영이의 즐거운 인생은 시작된다.